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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 만난 이야기

  • 작성자령령
  • 등록일2024-09-05 01:08:47
  • 조회수59

안녕하세요. 

2살 새로이, 7살 서로 돌보고 있는 채령이에요.

두 아이 모두 자연출산으로 만났고, 첫째 아이는 열린가족조산원에서, 둘째 아이는 집에서 만났어요. 

딱 일년 전! 꽃송이 예정일을 지나고 ‘언제 나오나-’하며 새로이(꽃송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 기다림

예정일은 예정일일 뿐! 

첫째 아이도 예정일 보다 10일 정도 지나 출산했던 터라, 둘째 아이도 늦어질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예정일 며칠 지나 조산원에 다녀왔고, 내진을 해보니 아직 경부가 열리지 않았고 단단해 며칠 더 있다 나올 것 같다 이야기 들었어요. 나와야 할 때를 아이 스스로 알고 있겠지! 하며 기다리는데, 시간은 흐르고 흘러 2주 정도가 지났어요. 


첫째 아이를 조산원에서 만났고, 그 때의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을 떠올리며 둘째 아이는 집에서 맞이하려 준비하고 있었어요. 나올 기미가 없는 상황을 지켜보며, ‘계획한 것과 다른 어떤 일이든 올 수 있다!’ 마음을 열어두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아이의 생명력과 때를 믿는 것이 부모로 가장 먼저 준비 되어야 할 것이구나, 꽃송이가 그걸 우리에게 알려주는구나 깨달을 수 있었어요. 가정출산 자체를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 있었는데, 가정출산은 생명을 만나는 방법 중 하나일 뿐, 어떻게 만나든 생명에게 제일 평화로운 방법으로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선택할 힘이 있다, 모든 것은 완벽하다- 곁지기와 이야기 나누기도 했어요. 


땀이 뻘뻘 나는 8월 말이었는데, 

41주를 지나고서는 매일 1-2시간 씩 걷고, 쪼그려 걷기, 걸레질- 할 수 있는건 최선을 다하며 지냈어요. 

모유가 잘 돌도록 산전가슴마사지를 받기도 하는데, 가슴 마사지를 받으면 자궁이 수축되는 효과도 있어 42주가 딱 되던날 가슴마사지를 길게 받기도 했어요. 

마사지를 받으니 실제로 젖이 도는 느낌이 나고, 자궁이 강하게 수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날도 2시간 가까이 힘차게 걷고, 쪼그려 걷기를 여러번 했는데,  

그래서일까, 바로 그날 새벽! 꽃송이가 나올 신호를 주었어요.

 



# 진통이 시작되다. 

새벽 2시쯤 대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어 화장실에 갔는데, 살짝 핏빛이 비쳤어요.

이슬이구나! 반가운 마음 들면서도, 아는 맛이 무섭다고.. 진통이 긴장이 되기도 하고 곧 꽃송이를 만나겠다 설레는 마음, 내일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겠다 떨리는 마음, 여러 마음 오고 갔어요. 

그렇게 달거리통 정도의 견딜만한 진통이 10분 간격으로 새벽 7시까지 이어졌어요.

이슬을 본 순간 정신이 맑아지면서 밤을 꼬박 지샜어요.

사부작사부작 집을 정리하고, 목욕도 하고, 꽃송이가 태어나면 사용할 물건들 다시 확인하고, 그렇게 고요하지만 흥분되는 새벽을 보냈어요.


새벽 7시가 되었고, 진통이 조금 세지기는 했지만 간격도 7분 정도이고 견딜만한 진통이었어요. 조산사 선생님께 연락 드리니 바로 오신다 하셨는데, 그 때 까지만해도 ‘이렇게 진통 간격이 긴데 선생님 너무 빨리 오시는거 아니야?’했지요. 선생님께서 잠을 자도 좋겠다 하셨는데, 각성 된듯 잠이 오지 않고 정신은 더 맑아져갔어요. 


오전 9시쯤, 첫째 아이 등원 준비를 하다가 진통이 와서 책장을 붙들고 진통을 하는데, 아이가 ‘동동동대문을 열어라~~~’ 노래를 부르며 진통하는 다리 사이를 지나갔어요. 그 모습이 재미있고 사랑스러워 웃다보니 진통이 금세 지나갔는데, 그 장면이 두고두고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어요.



첫째 아이 등원길 산책삼아 같이 갔는데,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진통이 오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 진통 마주하면서는 등 두드려주고 손 잡아주는 벗들에게 응원 받아 큰 힘이 되었어요.

집에 도착해서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좋아하는 아로마 곳곳에 뿌려놓고 꽃송이 만날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아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10시쯤 선생님께서 도착하셨어요.

첫째 아이 받아주신 선생님이셔서, 얼굴을 보자마자 반갑고, 든든하고, 편안한 마음 들었어요. 

선생님께서 배를 만져 보시더니 ‘진통이 좀 세네’하셨어요. 5분 간격의 진통이었고, 진통이 새벽보다 조금 더 세지긴 했지만 그래도 견딜만 해, 마을 언니, 조산사선생님, 여사님과 함께 마을 둘러보고 근처 숲에서 맨발걷기 하며 산책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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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책한 마을 언니도 같은 조산사선생님과 아이를 만나서, 지낸 이야기, 출산할 때 이야기들 도란도란 나누며 걸었고, 진통이 오면 잠시 멈추기도 하면서 보낸 시간이 참 편안하고 평화로웠어요. 두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내려오려는데 그 때 부터 진통이 갑자기 세지기 시작했어요.10중에 7정도 강도로 느껴졌고,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지요.

그래도 걸을만한 진통이었는데, 점심밥을 먹으려 밥상에 도착해서는 그릇에 밥을 뜨는 순간 진통이 순식간에 참기 힘든 진통으로 강해졌고, 들고 있던  밥그릇을 그대로 내려놓고 집으로 황급히 돌아갔어요.


10중에 8,9 정도 강도로 진통이 세지면서 간격은 2-3분 간격으로 더 짧아졌어요. 끈끈한 점액질 출혈이 많이 나왔고, 선생님께 사진 찍어 보여드리니 꽃송이 곧 만날 징조라고 하셨어요. 


12시 30분쯤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곧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어린이집에 간 첫째 아이를 데리고 오면 되겠다고 말씀 하셨어요. 첫째 아이 낳을 때를 떠올리면, 이렇게 진통이 강해지고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곧 나올 것 같다고 하시니  ‘으잉? 곧 나온다고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 이후로 폭풍같은 진통이 빠르게 진행 됐어요. ‘대변 보듯 힘 줘 볼까요?’하시는 말씀에 밀어내보았고, 바로 골반에 아기 머리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양수가 터졌고, 그 때 부터는 정말 쉴틈 없는 진통이 이어졌어요.

첫째 아이 만날 때는 낳을 때 까지도 7분 간격이 이어져서 진통을 계속 기다렸던 터라 쉴틈 없는 진통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밀고 내려오는 것이 모두 느껴질만큼 간격없이 계속 진통이 왔어요. '꽃송이야 엄마 배는 비단길, 힘 내서 곧 만나자'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진통이 절정인 순간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완해보면 오히려 진통이 줄어드는 듯 하기도 했어요.  


첫째 아이 출산할 때는 동물처럼 어두운 방에 혼자서 조용히 출산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고, 곁지기가 감통을 위해 제 몸을 만지는 것 조차 예민하게 느껴졌어요. 곁지기 벨트를 붙들고 진통을 해야할 수도 있으니 벨트는 꼭 준비해가라던 주변 언니들의 조언과는 달리 곁지기는 구석에 앉아 저를 응원하고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정도로 첫째 아이의 출산을 경험했어요. 감통을 돕는 마사지보다 변기에 앉아서 진통 하는 것이 시원해서 첫째 아이 출산 직전까지 변기와 함께 진통을 했던 터라 이번에도 그럴까? 했는데, 전혀 새로운 진통 경험할 수 있었어요. 둘째 아이 때 출산하면서는 폭풍처럼 밀려오는 짧고 강한 진통에 곁지기의 팔이 떨어져라 붙들고 있는게 큰 힘이 되었어요. 출산 하고 며칠간은 온 몸에 근육통이 있을 정도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팔에 힘을 주고 있던 곁지기에게도 고마웠어요. 출산을 해산이라고도 하는데,  누군가에게 마음과 몸을 전적으로 의지해보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곁지기와도 강렬한 사건을 손잡고 통과한 우정 쌓이며 관계가 새로워지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곁지기 팔을 붙들고 아이가 내려오는 것에 맞추어 힘주기를 했고, 양수가 터진 후 10분 정도 힘주기 끝에  오후 1시 21분, 꽃송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첫째 아이도 한 손을 들고 나왔는데, 꽃송이도 한 손을 들고 ‘안녕?’하며 나왔답니다. 배 위에 올려놓으니, 젖을 찾아 빠는 모습이 참 신비롭고 사랑스러웠어요. ‘너 였구나!’ 하며 꽃송이의 살과 몸을 손으로, 제 몸으로 느끼며 뭉클했어요. 꽃송이가 나오는 순간 모든 진통이 사라지고 시원해지는 마법을 다시 경험했답니다.  금세 태반이 나왔고, 훗배앓이가 달거리통 정도로 있었지만 견딜만 한 정도였어요. 회음을 한땀 꿰맸는데, 한땀 꿰맬거면 마취할 필요도 없다고 하셔서 그대로 꿰맸는데, ‘진통보다 훨씬 덜 아프구나.’ 생각하면서 엄청 강해진^^ 듯 해 뿌듯했어요. 


꽃송이는 3.7kg으로 만났어요. 태어나서 보니 생각보다 크고 너무도 묵직해서 다들 깜짝 놀랐지요. 꽃송이를 낳고 품에 안고서는 제일 먼저 했던 말이 ‘왜 이렇게 무겁지’였는데, 지나고 보니 꽃송이에게 미안했어요. 온 마음다해 환영해주리라! 마음 먹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정신이 나간 듯 그 순간을 어영부영 지나보낸 것 같았거든요. 아이 낳고 무얼 했는지 1시간 정도 기억이 없어요. 후회와 아쉬움이 컸는데,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다시 아이를 잘 만나가면 되지! 하면서 사랑눈맞춤하며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첫째아이는 꽃송이 태어나기 20분 전쯤 집에 왔는데, 거실에서 혼자 놀고 싶다며 자기 방과 거실을 오가며 놀이했고 아기가 나오는 것은 보고싶지 않다고 해서 문을 열어놓고 소리만 듣고 있었어요. 후처치 할 때 들어와 엄마를 살피고, 후처치하는 모습을 조용히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꽃송이가 나오고 ‘서로야 꽃송이다! 안아볼래?’라고 하니, 조산사 선생님과 있을 때는 하고싶지 않다고 하더니, 선생님이 가시고는 꽃송이를 두 팔로 안아주었어요. 그러고는 아빠와 신나게 꽃송이에게 불러주기로 했던  노래를 거실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부르고요. 노래를 다 부른 후에는 아빠와 바로 놀이터로 놀러 나갔어요^^ 출산의 황홀함과 동시에 첫째 육아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낯설고 당혹스러웠지만,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앞에 선 떨리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이었지요. 그렇게 놀이터로 나가는 아이의 소리, 삐리릭- 문 닫히는 소리를 아득하게 들으며 꽃송이와 잠들었던 순간이 평화로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첫째 아이, 둘째 아이, 생명을 맞는 강렬한 사건을 함께 겪은 조산사선생님과는 오래 알아온 사이처럼 강한 유대감과 신뢰가 있어요. 조산원은 친정처럼 늘 그리운 곳이 되었고요. 아이를 대하는 눈빛, 말투, 손길 모두에 평화로움, 존중이 깃든 선생님 통해서 ‘나도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아이 낳고 궁금한 점이 생기면 선생님께 연락 드려보곤 했는데, 제 몸을 잘 아시는 선생님께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해주시는 것들 들으며, 생명사건을 함께 겪어낸 어른이 계신 것이 큰 위로와 힘이 되곤 했어요.

 


나홀로 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 응원과 도움 받으며, 연결 속에 평화롭게 꽃송이 만날 수 있었어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출산 경험하며 내 몸이 가진 힘을 알고 믿는 힘 생긴 것, 곁지기의 팔을 붙들고 진통하며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간 것, 출산하며 큰 선물로 받았고, 저도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이었네요. '아는 맛이 맵다!'는 철썩같은 믿음과는 다르게, '아는 맛이라 생각했지만, 아주 새로웠다!'싶어요.




꽃송이는 새로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새로움이 새로움을 낳는 삶 살아가라’는 뜻 품은 이름인데, 이름처럼 새로이는 이전 경험에 갇히지 않고 온 몸과 감각을 열어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매일 새롭게 자라며 지내고 있어요.  새로운 생명 새로이 덕에 저희도 첫째 아이 임신, 출산, 육아하며 경험했던 것들로부터 새로워지는 경험 하고 있답니다. 


새로이는 뽈뽈뽈 걸어다니며 당당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돌잔치를 하기도 했고요, 온 몸으로 둘레 세상 경험하며 행복하게 자라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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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조산사님^^

첫째 아이, 둘째 아이, 부모된 저희의 첫번째 선생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평온함, 너른 품- 저희가 살아가는 날들에 큰 힘 되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늘 평화롭고 행복하시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둘째가 예뻐 셋째도 낳고 싶은데.....^^

오래오래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사랑과 존경을 담아 글 남겨요!

 

자연주의출산을 고민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내가 가진 생명의 힘을 오롯이 느끼는 소중한 경험이 될거에요. 

의료 권력이 아닌 둘레 생명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따뜻하고 평화롭게 생명을 만나는 축복을 경험하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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